[인터뷰] '가능성'의 팀 ESC 에버, 김가람 감독과 '아테나' 강하운의 이야기

각 프로게임단에는 그에 걸맞은 별명이 있습니다. 2014년을 지배했던 삼성의 두 형제팀을 '삼성 왕조'라고 불렀던 것과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2회 우승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는 SKT T1에게는 '무적 함대'라는 별명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이러한 별명은 팀의 색깔과 분위기 등 많은 것을 대변해주곤 합니다. 그렇다면 네이버 2015 KeSPA 컵(이하 케스파컵) 우승을 차지했던 ESC 에버에게는 어떤 별명이 어울릴까요? 돌풍? 반란? 이변? 이런 표현들도 좋지만, '가능성'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한 것 같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승강전에서 아쉬움을 맛봤던 ESC 에버는 굴하지 않고 케스파컵에서 우승, 그들이 가진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했기 때문이죠. 이제 그들의 가능성에 대해 아무도 토를 달지 않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여과 없이 보여줬던 ESC 에버. 얼마 전 숙소를 이전했다는 소식에 한 걸음에 달려가 김가람 감독과 '아테나' 강하운을 만나봤습니다. 그들과 나눈 다양한 이야기. 지금 바로 공개됩니다. Q. 반갑습니다.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합니다. 김가람 감독 : 안녕하세요. ESC 에버의 감독 김가람이라고 합니다. '아테나' 강하운 : ESC 에버의 미드 라인을 맡고 있는 강하운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케스파컵 우승 이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김가람 감독 : 선수들에게 1주일 간의 휴가를 줬어요. 그동안 저는 새로운 숙소 이전 때문에 바쁘게 움직였고요. 얼마 전부터 다시 합류해 연습을 시작했어요. '아테나' 강하운 : 휴가 기간 동안 오랜만에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어요. Q. 숙소를 이전했다고 하셨죠. 마음에 드시나요? '아테나' 강하운 : 정말 마음에 들어요. 층이 높아서 경치도 구경할 수 있거든요(웃음). Q. 지난 롤챔스 승강전에서 아쉽게 탈락했죠. 좌절감이 들진 않았나요? '아테나' 강하운 : 사실 승강전 탈락 이후 연습을 하지 않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케스파컵이 새롭게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개막 2주 전부터 다시 연습에 들어갔죠. 김가람 감독 : 저는 케스파컵 이전에는 팀에 있지 않았어요. 승강전에서 탈락한 이후에 팀이 해체 위기를 겪었다고 하더라고요. ESC에서 팀을 후원하게 되면서 이전에 팀을 관리했던 경험이 있는 저에게 감독을 맡겼죠. 지금은 중국 팀으로 가신 박용운 감독님(CJ 엔투스 스타2 게임단 전 감독)과 자주 연락을 하면서 이런저런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했어요. Q. ESC가 케스파컵 내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들었는데요? 김가람 감독 : ESC는 e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업무를 하는 회사예요. 선수들을 콘텐츠 제작자라고 판단해서 후원을 해주셨고요. Q. (강하운에게) 케스파컵 우승 이후, 승강전에서의 패배가 약이 됐다는 발언을 했었죠. '아테나' 강하운 : 승강전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했던 것이 컸죠. 그 당시에는 떨려서 실력을 다 보여드리지 못했거든요. 운영 싸움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고요. 특히, '프로들은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구나' 라고 느꼈던 것을 빠르게 흡수하려고 노력했어요.

Q. 케스파컵과 롤드컵의 패치 버전이 달랐던 것이 주요했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테나' 강하운 : 일단 킨드레드라는 챔피언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 차이점이죠. 탑과 미드 라인에 주로 등장하는 챔피언도 바뀌었고요. 하지만 패치 버전이 달랐던 점이 우승과 큰 연관은 없는 것 같아요. 김가람 감독 :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롤드컵에 진출했던 팀들이 영향을 받았을 것 같아요. 그런 점을 생각해본다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 Q. ESC 에버는 프로게임단을 연파하며 우승을 차지해 더욱 주목을 받았어요. 당시 기분이 어땠나요? 김가람 감독 : 처음 삼성에게 승리했을 때 정말 기분 좋았어요. 그 경기 승리 이후, 다음 대진을 제가 추첨했는데 레블즈 아나키를 뽑았죠. 선수들은 당시 '그래도 할 만 하다'는 입장이었어요. 만약 레블즈 아나키도 제압한다면 목표였던 4강, 말 그대로 부산행이 확정되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정말 레블즈 아나키도 쓰러뜨리고 SKT T1과의 4강이 확정됐어요. 4강 시작 전에 다들 우리가 질 것이라고 예상했죠. 'ESC 에버는 게임 두 판 하러 부산 간다'는 댓글이 기억에 남네요(웃음).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확률은 정말 낮지만... 뭐랄까... 이길 확률이 10%라면 평소에 아홉 번 졌어도 4강 때 한 번 이길 수 있고, 그러면 결승 진출이잖아요. SKT T1을 실제로 이겼을 때, 그리고 CJ 엔투스를 꺾고 우승했을 때. 저는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경험했어요. 짜릿하고, 울컥하고.

'아테나' 강하운 : 팀원들이 정말 기뻐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멍했어요. 우승한 다음에 숙소에 가서 커뮤니티 반응이나 기사 댓글들을 봤는데 그때서야 실감이 났어요. 저도 감독님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죠. Q. (강하운에게) 케스파컵에서 다른 선수들의 갱플랭크 성적이 유독 좋지 않았는데, 본인만 갱플랭크로 경기를 캐리했죠. '아테나' 강하운 : 갱플랭크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솔로랭크에서도 갱플랭크가 풀리면 바로 잡았고요. 갱플랭크를 카운터할 수 있는 라이즈 같은 챔피언도 많이 상대해봤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물론, 저만 잘한 게 아니라 팀원들이 제 성장을 도와줬고요. Q. 유저들에게 갱플랭크 활용 팁을 주자면 어떤게 있을까요? '아테나' 강하운 : 갱플랭크는 13레벨까지만 버티면 캐리가 가능해져요. '화약통' 스킬이 13레벨부터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죠. 그래서 초반 라인전이 정말 중요하죠. '혀어어어업상'으로 CS를 안정적으로 수급해야 돼요. 그리고 '화약통'도 잘 터뜨려야 하고요. Q. '좋은 대학교에 가려면 국영수 위주로 공부하라'는 말처럼 들리네요(웃음). '아테나' 강하운 : 갱플랭크를 많이 해서 '화약통'의 사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상상하는 것보다 더 길어요. 항상 상대가 파괴할 수 없는 곳에 '화약통'을 설치한 다음에 바로바로 이어서 터뜨려야 해요. 13레벨이 되면 '화약통'의 체력이 정말 빨리 닳아서 상대의 반응속도보다 제가 터뜨리는 속도가 더 빠르거든요.

Q. '아테나 원맨팀'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케스파컵에서는 화력 지원형 챔피언을 주로 선택했는데요? '아테나' 강하운 : 후반 캐리형 챔피언이나 화력 지원형 챔피언을 할 때마다 승률이 좋아서 그 전략을 계속 유지했어요. 케스파컵에서 제가 챔피언을 다양하게 하지 않았는데, 당시 메타에서는 가장 좋았던 챔피언들이었죠. Q. (김가람 감독에게) 이전에 스타2 TSL 코치직을 수행했던 경험이 있죠. 종목을 변경하신 이유가 있나요? 김가람 감독 : 지난 2012년에 TSL이 해체되고 나서도 업계에 계속 남아 있었어요. GSL 심판직 등을 수행했죠. 예전 TSL 소속이었던 선수들과 연락을 자주 하는데, '프로게이머는 이럴 때 이런 생각을 한다'는 내용을 정말 많이 듣게 됐죠. 종목은 다르지만, 프로게이머의 궁극적인 목표는 같기에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감독에게 게임 테크닉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선수들의 연습 환경을 개선해주고 멘탈을 관리해주는 것이 감독의 주된 역할이라고 보거든요. 케스파컵 우승도 우리 선수들이 잘해서 할 수 있었던 거죠. 밴픽 전략은 조계현 코치가 도맡아 하고 있고요. 경기 하나를 준비하는데 밴픽 관련 내용을 빼곡히 적어놓을 정도죠. 저는 큰 무대 경험이 없었던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도록 소소한 도움을 준 정도였어요.

Q. 스타2와 LoL 두 종목 간에 선수들의 성향 차이가 있나요? 김가람 감독 : 스타2는 개인이 잘하면 그걸로 끝이죠.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다르겠지만, 선수 개인 기량이 10이라면 그 선수는 정말 10이에요. LoL 같은 경우는 선수들 다섯 명의 기량이 모두 10이라고 해서 총합이 50이 아닐 수도 있어요. 서로의 팀워크 등에 따라 총합이 70이 될 수도 있고, 30이 될 가능성도 있죠. 그래서 선수들 간의 호흡이나 친분 등이 더욱 중요한 것 같아요. Q. 이제 IEM 쾰른 출전을 눈 앞에 두고 있죠.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아테나' 강하운 : 팀 분위기는 정말 좋아요. 스크림 성적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거든요. 김가람 감독 : 케스파컵 이전에는 아무래도 롤챔스 하위권이어던 팀들과 스크림을 주로 했었는데요. 우승한 이후에는 저희 입장에서 우러러 봤던 팀들과도 스크림 일정이 계속 잡혀요. 그 팀들과의 스크림에서도 성적이 나쁘지 않고요. 선수들도 이러한 점에서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아요. 그리고 선수들끼리 정말 친하고, 의사소통도 잘돼요. '아테나' 강하운 : 그날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케스파컵에서 특히 더 팀원들끼리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스크림에서도 그때보단 덜하지만 여전히 말을 많이 주고 받죠. 김가람 감독 : 경기 중 오더는 주로 '아레스' (김)민권이가 해요. 아무래도 프로 경험이 있다보니 거기에서 나오는 오더를 무시할 수 없죠. (강)하운이랑 민권이가 팀에서 맏형이에요. 경기 중에도 그렇고 평소에도 맏형의 역할을 잘해요. 상황에 따라 분위기도 잡고 함께 어울리기도 하고. Q. 다른 지역 팀들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김가람 감독 : 아직 새로운 버전에 적응하는 중이에요. 정말 많은 변경 사항이 있잖아요. 상대 팀에 대한 맞춤 대응 구상은 그 다음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테나' 강하운 : 출전하는 팀의 미드 라이너들이 다들 강력한 것 같아요.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저 또한 그들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요.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전세계 팬들에게 제 이름을 알리는 거죠.

Q. 새로운 패치 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테나' 강하운 : '부패 물약'이 새로 생겼는데 정말 좋은 아이템인 것 같아요. '천둥군주의 호령' 특성도 정말 효율이 좋고요. 이러한 변경점 덕분에 룰루와 르블랑, 피즈가 정말 강력해졌어요. (김)민권이 말로는 정글링 도중에 체력이 적게 닳아서 리 신이 다시 좋아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람머스랑 문도 박사도 좋아졌대요. Q. 감독님이 생각하는 ESC 에버는 어떤 팀인가요? 그리고 어떤 팀이 됐으면 하는지 궁금합니다. 김가람 감독 : 앞으로도 계속 도전해야 하는 팀이죠. 우승을 했지만, 기존에 있던 강팀들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계속 배우고 성장해야 하는 입장이에요. 저도 그렇고 선수들도 그렇고 정말 배울 것이 많아요. 하나하나 배워나가다 보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2015년의 ESC 에버는 '가능성'으로 대표됐죠. 2016년 시즌의 목표는 어떻게 설정하고 계신가요? 김가람 감독 :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우승해서 롤챔스로 승격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죠. 바로 눈 앞의 목표인 롤챔스 승격부터 달성한 다음에 다음 목표를 설정하려고 해요. 차근차근 준비한다고 할까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과 함께 인터뷰를 마칠게요. '아테나' 강하운 : 케스파컵 우승 이후에 우리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그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어요. 김가람 감독 : 케스파컵에 처음 출전했을 때에는 팬들이 정말 없었어요. 현장에서 우리 상대 팀은 응원 구호도 들리곤 했는데 우리는 그런 것이 없었거든요. 부럽기도 했죠.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훨씬 많죠.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도움 주시는 ESC 대표님과 항상 묵묵하게 고생하는 조계현 코치, 열심히 연습해주는 선수들 전원에게도 감사하고요. 박범, 장민영 기자 <인벤, 네이버 뉴스스탠드! my언론사로 설정하기> e스포츠인벤 Copyright (c) 인벤 커뮤니케이션즈. All rights reserved. 기사제보 및 문의 esports@inven.co.kr